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리에 위치한 마마스팜(대표 안종권)은 문헌 속 우리 전통 누룩인 이화곡과 향온곡을 재현해낸 이래, 이를 바탕으로 한 발효 및 천연식초와 건강음료, 곡물효소를 선보인 영농조합법인이다.
마마스팜은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직접 디딘 누룩을 기반으로 가장 기본에 충실한 막걸리와 약주를 만들어 호평을 받아 왔으며, 지역 농특산물을 부재료로 활용한 다양한 제품으로 만만치 않은 내공을 과시해왔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지금,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증류소주가 유약을 바르지 않아 오히려 새색시처럼 빛깔 고운 옹기 안에서 한창 숙성 중이다. 이미 ‘신이 내린 커피’라는 게이샤원두와 증류주를 블렌딩한 커피증류주 ‘게이샤’를 내놓으며 증류주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마마스팜은 올 하반기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증류소주를 시장에 내놓는다. 이 모든 작업이 그의 손을 거친다. SNS 세계에서 ‘마주왕’으로 더 유명한 마용옥 공장장(64세)이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술입니다!”
닉네임 ‘주왕’은 아마도 ‘술의 왕(酒王)’이라는 뜻이리라. 달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마용옥 공장장이 설명하는 술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는 확신으로 가득 찼고 동시에 거침없었다.
과외 한번 없이 예습과 복습만 충실히 해서 서울대학교 수석 입학했다는 어느 수험생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그 말은 전설이 되었다. 그런데 독학으로 마스터했다는 마용옥 공장장의 술에 대한 지식과 지론의 넓이와 깊이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시작하다가 몇 번 성공을 거두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하면 할수록 벽에 부딪치며 어렵게 느껴지는 게 세상 모든 일의 이치일 텐데, 명인이나 대가란 타이틀을 떠나 이미 마용옥 공장장은 그 벽마저 넘어선 듯 보였다.
3도 저장고에서 숙성 중인 원주
Q 원래 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관련된 일을 업으로 한 것도 아니시라면서요?
A 현대중공업에서 37년 동안 근무하다가 퇴직했습니다. 원자력발전소 만드는 플랜트 분야에 몸담았으니, 술 빚는 일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할 수 있지요.
Q 그런데 어떻게 우리 술 전문가로 손꼽을 위치까지 오시게 된 거죠?
A 고향이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입니다. 술에 대해 취재하고 계시니, 면천의 그 유명한 ‘두견주’ 이야기는 들어보셨겠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술을 빚는 것을 보고 자라 술에 대해 익숙합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약초까지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 독학입니다.
2000년부터 누룩과 술을 좀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전국의 전통주와 발효 현장을 다니며 수없이 많은 술을 들여다보고 혼자 빚어 왔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새벽에 일어나 술독을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지금도 마마스팜 공장 인근의 제 개인 연구실에 가면 100여 종의 술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술에 대해 연구하고 빚는 일은 제가 좋아할 뿐만 아니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Q 독학으로 누룩을 공부하고 술을 빚다가 어떤 계기로 마마스팜에 합류하게 되신 건가요?
A 마마스팜의 뿌리는 인터넷 카페입니다. 지난 2012년 전국의 발효 마니아들이 인터넷 카페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그 이듬해인 2013년 현 마마스팜 안종권 대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사업모델을 구축하게 되었고, 서울과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물 좋고 자연환경이 뛰어난 홍천군 모곡에 터를 잡게 된 것이죠.
관심 있게 지켜보고 교분을 나누던 저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공장장으로 마마스팜에 합류했습니다. 나머지 여생 동안 실컷 제대로 된 술을 만들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죠.

Q 그래서 세상에 내놓은 게 문삼이공 막걸리와 약주인데, 개발에 얽힌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A 마마스팜이 처음부터 우리 술을 내놓은 게 아니죠. 출발은 누룩입니다. 마마스팜은 우리 발효음식이 원천이 전통 누룩이라는 믿음으로,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엮은 『산림경제』 등 옛 문헌에 전해지는 이화곡과 향온곡을 재현했습니다. 이화곡은 하얀 백미로 빚고, 향온곡은 밀과 보리, 녹두를 이용해 빚습니다.
지금은 전통주가 주력이어서 그만큼 신경을 쓰지는 못하지만, 초창기에는 정말 많은 누룩을 빚었습니다. 누룩 빚고, 그 누룩을 기반으로 곡물 발효식초와 천연 과일식초, 효소 등을 생산하며 체험 프로그램과 강의를 병행했지요.
하지만 그것도 본격적인 우리 술을 만들기 위한 바탕이었습니다. 2019년 가장 기본에 충실한 우리 술이라고 자부하는 문삼이공 막걸리와 약주를 내놓았는데, ‘문삼이공’이란 브랜드명에 술의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술을 빚으면 달빛이나 달무리 빛깔을 띠죠. ‘문(MOON)’은 그래서 나왔고요. 쌀과 누룩, 물 세 가지 재료만 들어간다고 해서 ‘삼(3)’입니다. ‘이(2)’는 밑술과 덧술 두 번 빚는 이양주 기법을 의미하고요, ‘공(0)’은 일체의 첨가물이나 감미료를 넣지 않는다고 해서 붙였습니다.
홍천에서 나는 쌀과 맑은 물에 저희가 직접 만든 향온곡과 이화곡, 밀누룩을 섞어 만드는 막걸리와 약주는 좋은 재료로 만들어 몸에도 좋고 선물하기에도 손색없지요. 돌이켜보니 향온곡만 올해 2,700장 정도 만들었네요.
Q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한 막걸리도 눈에 띄는데요,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제품들도 있더군요
A 오래전부터 약재에 관심이 많아, 공부도 많이 했고 자신도 있었습니다. ‘문삼이공 잣’은 쌀과 물, 누룩 그리고 황잣으로 빚은 프리미엄 막걸리로 풍부한 잣향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약재를 부재료로 본격 사용한 막걸리는 마마스팜 ‘양 막걸리’와 ‘음 막걸리’인데요, 양막걸리는 강원도 홍천의 산양삼을 사용해 막걸리 한 잔으로 심신의 기력과 원기를 보충하도록 했습니다. 진세노사이드, 폴리페놀, 알칼로이드 성분으로 면역력 향상, 노화 방지, 활성산소 형성 억제 효과가 기대됩니다.
‘음 막걸리’에는 여성에게 좋은 대표 한약재인 백수오, 자양강장제 등 건강식품으로 이용되는 칡, 타닌과 천연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된 석류를 통해 자연의 생기 그대로의 음기를 담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내놓은 ‘칠위드미 막걸리’는 ‘젊음의 씨앗’이라고도 불리는 대마씨(헴프 시드)의 기운을 담은 막걸리입니다. 헴프 시드는 풍부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오메가 등 고른 영양소를 균형 있게 갖춘 주목 받는 식품입니다.
Q 그러한 부재료들은 어떠한 철학을 갖고 사용하시나요?
A 부재료는 절대 과하면 안 됩니다. 부재료의 맛은 전통주의 맛을 느끼면서 뒤에서 살며시 올라와야지, 앞에서 훅치고 들어오면 안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 마마스팜에서는 밑술을 만들 때 부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건 당연한 건데, 많은 양조장에서 그러지 않고 있더군요.
Q 취재 중 만난 많은 양조장 대표분들께서 ‘밑술 단계에서 부재료를 사용하면 발효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마지막 제성 단계 섞는다’고 하던데, 마마스팜은 그렇지 않은가 보죠?
A 그렇게 만들면 그게 칵테일이지 무슨 막걸리인가요? 발효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볼 수밖에요.
Q 마마스팜에서 만드는 전통주의 특징 또 한 가지는, 오랜 시간을 들여 숙성을 완전히 끝내고 병입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왜 그런가요?
A 술의 맛이란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됩니다.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뤄야지요. 조화롭게 술을 빚어 채주를 하고 나서는 숙성을 통해 술맛을 들여야 하는 데, 저희는 3도와 0도 숙성실 두 가지를 사용합니다.
먼저 3도 숙성실에서 2~3개월 숙성시켜 술맛이 어느 정도 들었다 싶으면, 0도 숙성실로 보내 완전 숙성을 시킵니다. 각각의 기간이 일률적이지는 않지만, 최종 단계에서는 숙성 정도가 조금씩 다른 술을 블렌딩해서 항상 일정한 맛의 술을 내놓습니다.
막걸리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시키는 게 기본이고, 약주는 병입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Q 그렇게까지 숙성을 시키면 탄산이 전혀 남아있지 않을 텐데, 시원한 탄산감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요?
A 병입된 막걸리의 탄산은, 예를 들어 병을 땄는데 ‘펑’ 소리가 난다면 그건 그 술이 계속 발효 중이라는 이야기잖아요. 그렇게 계속 발효 중인 술을 먹으니, 머리가 아프다는 소리가 나오죠. 혹시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탄산감을 좋아한다면 완전히 발효된 술에 따로 탄산을 넣으면 되는 거지요.
Q 이야기를 바꿔 마마스팜이 곧 선보이게 될 증류주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사람이 오가는 1층 공간에 옹기들이 보이는데, 별도의 저온 숙성고에 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A 도수가 낮은 와인이면 그렇게 하지만 70도 정도 되는 증류주는 환기가 잘 되고 높은 온도에서 공기와의 접촉을 높이는 게 좋아요. 제가 배혜정도가에 가봤더니 거기서는 건물 맨 꼭대기, 제가 올라가 봤더니 한 55도는 되는 듯 숨도 못 쉬겠더라요. 그곳에서 숙성을 시키더군요.
저희 마마스팜에는 유명 유튜브 채널이나 구독서비스 업체 등에서 협업하자는 연락이 많이 옵니다. 여기에 있는 증류주들은 다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글 사진 유성욱 우리술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