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2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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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의 단양양조장에는 일제시대 때 만든 조선 항아리 속에 막걸리가 익어간다. 380리터 짜리 항아리 속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술익는 향기가 피어오르고 봄비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쌀과 물과 누룩이 발효되면 알코올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위로 뜨고 탄산가스를 내보낸다. 탄산 맛을 강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탄산가스를 집어넣은 막걸리도 있다. 

숙성의 정도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보슬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소낙비 떨어지는 소리도 들린다. 어떤 때는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도 들린다. 술익는 소리가 무척 리드미컬하다.  

술 빚는 사람이 최적의 조건을 맞추어 재료를 항아리에 넣으면 술의 깊은 맛은 신의 조화처럼 보인다. 숨쉬는 항아리에서 빚은 술과 스테인레스 통에서 익은 술은 그 소리부터 다르고 거품의 크기도 다르다. 

성대용 대표는 이제 막걸리 익어가는 소리만 들어도 그 맛의 깊이를 감지할 정도가 됐다. 그가 항아리 막걸리를 고집하는 이유다. 

“쌀 막걸리는 10일 정도 숙성으로 완성됩니다. 찹쌀 막걸리는 21일 정도 숙성을 시켜요. 고형물이 옛날 가양주처럼 가라앉아요. 윗물만 떠서 병에 담으면 청주처럼 맑은 프리미엄 막걸리가 나오죠. 이런 막걸리는 숙취가 없어요. ”

성대표는 찹쌀 막걸리를 빚을 때 쌀과 찹쌀을 섞어서 시루떡처럼 만들어 넣으면 술이 부드러워 목넘김이 좋다고 한다. 단양양조장은 성대표의 어머니 조옥환 여사가 기존의 양조장을 인수해 1986년에 재창업을 했다.

만석꾼 가문인 성씨 집안과 연을 맺어 전통적으로 술을 빚던 집안 내력대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성대표가 양조장을 물려받은 것은 2008년부터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너 안내려오면 이거 팔아버린다’고 하는 바람에 고향으로 내려와 양조장 사업을 시작했어요. 이명박 대통령 때 막걸리 붐이 일어나 기대를 많이 했죠. 그때부터 막걸리 공부를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폐터널을 술 저장고로 활용해 술맛을 숙성시킨다.
 술맛은 좌우하는 것은 균 자체를 발효시키는 주모(酒母)라고 할 수 있다. 입국실에서 이것을 발효시킨다. 입국 만들기가 까다롭다보니 대부분의 양조장에서는 입국을 외부에서 사다 쓴다. 

입국을 만들려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 줘야 한다. 이게 힘들어서 쌀 불린 것을 사다가 물을 붓고 입국을 넣어 막걸리 키트처럼 만드는 양조장도 많다. 

성대용 대표는 쌀을 쪄서 시루떡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그 안에 균 배양을 한다. 그 배양균을 항아리에 넣고 밥을 넣어주는 과정을 거친다. 과거에 이 작업을 손으로 했다면 요즘은 컴퓨터로 온도와 습도를 맞춘다. 

“저는 기계로 안하고 되도록 다 손으로 해요. 이게 손맛이죠. 기계로 하면 기계맛 아닙니까. 입국실도 제국기라는 기계를 사용하곤 하는데, 저는 과거 방식대로 하고 있어요. 식약청 관계자가 나와서 보더니 여기를 근대사 박물관이라 해도 문제가 없겠다고 하더군요.그런데 이렇게 하면 생산량이 적어 돈 벌기 힘들어요.”


단양양조장에서 빚는 막걸리
폐터널을 활용한 저장 동굴

이 맛이 알려진 탓에 타지역에서 대리점 가입을 원하지만 성대표는 온라인 판매나 전화주문만 받는다고 한다. 가능하면 단양 지역의 명주로서 위치를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성대표의 술공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 양조장, 주국의 마오타이 양조장, 일본의 아와모리 소주까지 해외의 유명한 양조장을 견학했다. 좋은 막걸리에서 좋은 약주가 나오고 좋은 증류소주가 나온다. . 

“막걸리에 대한 지금의 관심 그 다음은 우리의 증류소주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양조장일 틈틈이 열심히 소주를 만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숙성시키고 있습니다.”

그 공간이 바로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에 있는 폐터널을 이용한 동굴이다. 성대표는 주류의 숙성에 동굴만한 게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 수자원공사에서 폐터널을 매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매에 응해 낙찰받았다. 

성 대표는 폭 5m, 길이 70m의 터널을 세 구역으로 나누고, 경매가의 몇배를 들여 주류 진열 및 숙성 저장고로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성대표는 이 저장고를 자신만의 놀이터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는 지금도 많은 술들이 버번 오크통에 담겨, 그리고 항아리와 스테인리스 수조에 담겨 세월을 숙성시키고 있다. 성대표의 호사스러운 취미 중 하나가 동굴에서 음악 듣기다. 음악을 들으며 그 자신도 술도 숙성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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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의 장인, 성대용 단양양조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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