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은 요리다" 온도로 맛을 빚어낸 전통주의 혁신
농업회사법인 (주)유상곡수에서 생산하는 3종류의 술인 유상곡수를 비롯 온도1, 온도2는 소믈리에들의 호평을 받은 전통주다. 권숙수, 비움 등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맛집의 주문을 받는 술이다. 해외 박람회 참가 요청도 받고 있다. 송준호 유상곡수 대표는 전통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잡은 듯 하다.
“제가 마셔본 전통주들이 대체로 풍미가 강하거나 개성이 뚜렷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게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즐기기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좀 더 맛은 있으면서도 풍미는 절제된, 음식과 잘 어울리면서도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술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그게 유상곡수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유상곡수는 고대 중국의 서예가 왕희지에서 비롯된 풍류문화의 절정이다. 신라시대 포석정이 유상곡수 연회를 즐기기 위한 용도다. 송준호 대표는 술이 단지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여유와 정서, 그리고 대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매개라고 생각한다.
“저는 음식과의 페어링을 염두에 두고 술을 만들기 때문에, 술이 ‘주인공’이라기보다는 ‘흐름 속의 일부’가 되길 바랐어요. 그런 의미에서 유상곡수라는 이름은 저희의 양조 철학과도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전통 음주문화가 ‘반주(飯酒)’ 중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송대표가 만드는 술은 음식과 어울림에 중점을 둔다. 셰프들과의 협업, 그리고 페어링 중심의 다이닝 경험 확대를 통해 한국 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가 빚는 ‘온도1’은 상온 발효를 적절하게 진행하여 가벼운 산미를 담은 술이다. 차게 마셨을 때 가장 맛이 잘 살아난다고 한다. 과하지 않은 레몬 정도의 산도로 깔끔한 신맛이 특징이다. 신선한 과일 향으로 에피타이저류의 식전 요리나 회나 가벼운 식사와의 페어링에 적합하다. 알콜도수 14도.
‘온도2’는 과하주 방식으로 저온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만든 술이다. 감칠맛이 가득해 쌀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 15도의 도수가 느껴지지 않는 달달한 술로 짠 음식이나 매운 음식과 함께 마시면 자극적인 맛을 부드럽게 중화시켜주며, 음식과 술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유상곡수’는 이 양조장의 시그니처 술이다. 전통적인 양조 방식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한 술이다. 석탄주의 레시피에 사케의 양조방식을 더한 술로 낮은 온도에서는 드라이한 성향이 두드러지고, 체온 정도의 온도에서는 복합적인 향과 깊이 있는 풍미가 느껴진다. 18도의 도수로 거칠지 않고 기분 좋은 알콜향으로 드라이 피니쉬를 강조한 술이다. 깔끔하게 마무리 되기에 거의 모든 한식과 페어링하기 좋다.
그가 설명하는 각각의 술에 맞는 음식은 다음과 같다.
온도1: 연어 타르타르, 유자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 생선회, 초밥 등
온도2: 닭도리탕, 바질 크림 파스타, 간장게장, 낙지볶음 등
유상곡수: 장어구이, 육류 요리, 탕류, 한식 코스 요리 중 기름진 메인요리 등
다음은 송대표와 일문일답.
술을 만들 때 어떤 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유상곡수는 술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쌀의 품종과 누룩의 종류, 그리고 우세균의 조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어떤 균이 우세하느냐에 따라 향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온도 관리를 정교하게 조절하며 원하는 발효 방향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고양시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와지쌀'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쌀은 멥쌀과 찹쌀의 중간 정도 성질을 지녀, 드라이하면서도 전통주 특유의 깊은 향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자연 발효만으로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양조의 각 단계마다 온도 변화와 미생물 활동을 세심하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쌀에서 담겨있는 깊은 감칠맛과 다양한 풍미를 담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각 술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몇 도이며, 온도가 술맛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저희가 술 이름에 ‘온도’를 붙인 이유는, 발효 과정에서의 온도가 술의 향과 맛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발효 온도는 쌀 속에 담긴 다양한 풍미를 어떻게 열어낼 것인지를 좌우하며,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술의 성격과 개성이 달라집니다. 즉, ‘온도’라는 이름은 양조의 본질과 직결된 가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온도1은 일정 시간 상온에서의 발효를 통해 신선한 향과 청량감, 과일 같은 산미가 살아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 온도2는 저온 발효하여 산미를 절제하면서 과하주 방식을 통하여 부드러운 단맛과 감칠맛이 깊게 배어나와 풍미가 더욱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유상곡수는 저온 발효와 상온 발효를 적절히 조율하여 산미와 단맛을 균형 있게 담아냈습니다. 또한 음용 온도에 따라서도 다른 매력을 드러냅니다. 차갑게(약 5도) 즐기면 드라이하고 깔끔한 맛이 살아나고, 따뜻한 물을 더하는 ‘오유와리’ 방식(약 40도)으로 마시면 복합적인 향과 깊은 여운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우리는 흔히 차갑게 마시는 술에 익숙하지만, 잘 빚어진 술은 따뜻하게 즐길 때 오히려 그 진가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유상곡수는 이러한 온도의 다채로운 경험을 함께 제안하며, 단순한 음주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유상곡수 양조장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입니까? 새로운 주류 개발 계획이 있습니까?
“저희는 ‘술이 음식에 향과 온도를 더하는 또 하나의 요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요리와 조화를 이루는 술을 꾸준히 개발할 예정입니다. 특히 한국 술이 더 이상 한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해외 요리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으로는 36도와 59도의 증류주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에도 한국 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또한 술의 맛뿐 아니라 경험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체험형 도심속 양조장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며, 전문 레스토랑과의 협업을 통해 음식과 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안할 계획입니다.




